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20년이 지나도 살아남는 건 결국 사람이더라

솔직히 말하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극장에 갔습니다. 1편이 워낙 인상 깊었던 작품이라, 속편이라는 말 자체가 반갑기도 하면서 괜히 망치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그런 걱정은 꽤 빨리 사라졌습니다. 2편은 1편과는 결이 다른 영화입니다. 1편이 낯선 세계에 던져진 신입의 성장기였다면, 이번 편은 이미 그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버티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익숙했던 그 설레는 느낌이 덜할 수 있어요. 화려함보다는 무게감이 앞서는 영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었던 건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1편에서 미란다와 앤디의 관계는 누가 봐도 수직이었는데, 2편에서는 그 구도가 많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선상에서 논쟁하고, 때로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게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20년이면 사람도 관계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영화가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1편의 미란다가 건드릴 수 없는 벽 같은 존재였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집니다. 강함은 그대로인데 그 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가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HR 규정에 맞춰 발언을 조심하거나, 코트를 스스로 걸거나 하는 장면들이 사실 웃기기도 했는데 동시에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디테일들이 미란다라는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줬어요.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앤디도 확실히 달라져 있습니다. 눈치 보며 살아남으려던 모습이 아니라, 자기 기준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된 느낌입니다. 그 변화가 설득력 있게 느껴진 건 배우의 연기 덕분이기도 하고, 1편을 봤던 사람이라면 그 사이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채워 넣게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담으려 한 건 결국 지금 시대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열심히 하면 올라간다는 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