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원더풀스 후기 -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본 드라마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초능력 코미디라고 하면 보통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전개에 웃음 포인트도 예측 가능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냥 주말에 가볍게 보다 잠들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끝까지 다 보고 있었습니다. 배경이 1999년 세기말이라는 게 생각보다 분위기에 많이 기여했습니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세계관이 아니라 IMF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초능력이라는 설정이 오히려 그 현실감 위에서 더 황당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어요. 폴더폰이나 골목 풍경 같은 소품들도 괜히 반갑더라고요. 주인공 세 명의 초능력 설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인데, 그냥 무적 히어로가 아니라 쓰려면 조건이 붙는 하자 있는 능력이라는 점이 꽤 재밌었습니다. 욕을 먹어야 힘이 세지고, 거짓말을 하면 달라붙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야 순간이동이 되는 식인데, 이 설정 덕분에 그냥 능력으로 다 해결하는 게 아니라 매번 어딘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거든요. 웃음 포인트가 억지스럽지 않고 설정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박은빈은 역시 믿고 보게 되는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시한부에 거침없는 성격이라는 설정인데,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는 조합을 밉지 않고 오히려 응원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어요. 최대훈, 임성재와의 케미가 이 드라마의 가장 좋은 부분이었고, 셋이 같이 나오는 장면마다 대사 주고받는 게 진짜 찰졌습니다. 차은우는 비주얼 포지션으로는 잘 맞았는데, 감정이 크게 터지는 장면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어요. 빌런 쪽은 손현주가 워낙 포스가 있는 배우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주연보다 중간 빌런들이 더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어요. 다만 드라마 전체 톤이 너무 무겁거나 어둡게 가지 않도록 코미디로 적절히 환기해주는 덕분에, 서사의 허술한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길 수 있게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이게 이 드라마의 전략적인 선택인 것 같기도 했고요. 아쉬운 점을 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