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프로젝트 헤일메리 - 외계인 친구가 생긴다는 것에 대하여
솔직히 말하면 SF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물리 법칙이 어쩌고, 우주선 연료가 어쩌고 하는 설명이 길어지면 슬그머니 책을 덮게 되는 타입이랄까요. 그런데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달랐습니다. 주변에서 워낙 얘기를 많이 하길래 반신반의하며 펼쳤다가, 꽤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는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 안에서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름도, 자신이 왜 거기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인공은 주변 단서를 하나씩 모아 상황을 파악해나갑니다. 이 초반부가 생각보다 훨씬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설명을 듣는 게 아니라 같이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거든요. 기억이 돌아오면서 드러나는 배경은 꽤 묵직합니다. 태양이 서서히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고, 그 원인이 아스트로파지라는 미생물이라는 것. 지구가 빙하기에 접어들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 임무를 맡은 게 학계에서 밀려나 중학교 과학 교사로 일하던 그레이스 박사입니다. 자의가 아니라 반강제로 투입됐다는 설정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웅 서사가 아니라는 점에서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로키입니다. 에리드 행성에서 온 외계 생명체인데, 거미를 닮은 외형에 암모니아로 숨을 쉬고, 말 대신 음정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처음엔 그 낯섦이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두 존재가 조금씩 서로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로키도 그레이스와 같은 처지입니다. 자기 행성이 아스트로파지 때문에 위기에 처했고, 해결책을 찾으러 혼자 우주로 파견됐습니다. 그러니 둘이 만난 건 우연이 아니라 같은 절박함을 가진 존재끼리의 만남이었던 셈입니다. 목적이 같고, 방식이 다르고, 서로에게서 배워나가는 구조가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적인 설명이 꽤 많이 나오는데도 지루하지 않은 건 그레이스 박사 덕분입니다. 본인이 직접 독자에게 설명하듯 써내려가는 방식이라, 어렵다기보다는 같이 생각해보게 되는 느낌입니다. 어떤 공식이나 원리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