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퍼스트 라이트, 젊은 본드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렇게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007 게임 시리즈가 골든아이 이후로는 딱히 인상 깊었던 적이 없었고, 영화 기반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체로 아쉽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했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든 게임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개발사가 IO 인터랙티브라는 점은 사실 처음부터 믿음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히트맨 시리즈를 꽤 즐겁게 플레이한 입장에서, 잠입 액션 설계에 있어서만큼은 이 팀이 검증된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 노하우가 007이라는 소재를 만나면 어떻게 나올까 하는 기대감은 있었습니다. 이번 작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제임스 본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완벽하게 차려입고 마티니를 기울이는 그 여유로운 본드가 아니라, 이제 막 MI6에 발을 들인 젊고 다소 날것의 본드를 다룹니다. 초반에 첫 살인 이후 당황하는 본드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장면 하나로 이 게임이 어떤 방향을 잡고 있는지가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본드는 항상 완성된 인물로 등장했는데,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꽤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게임 플레이 면에서는 잠입과 전면전 사이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잠입 위주로 진행하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총이나 주먹을 쓰는 방식으로 했는데, 맨손 격투의 타격감이 생각보다 꽤 좋았습니다. 총알이 늘 넉넉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게 되는 점도 괜찮았고요. 블러핑 시스템은 이 게임에서 가장 007다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적에게 딱 걸린 순간, 총을 빼는 대신 말도 안 되는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넘기는 건데 대사 자체가 꽤 재치 있어서 진행하다 보면 실소가 나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재미가 쌓이면서 게임 전체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더라고요. 배경 자체도 눈이 즐거운 편입니다. 아이슬란드부터 몰타, 베트남까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