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후기, 무섭다기보다 이상하게 오래 남는 영화였어요

사실 처음엔 그냥 유명한 인터넷 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길래 가볍게 보러 갔어요. 백룸이라는 소재 자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케인 파슨스 유튜브 영상도 몇 개 봤었거든요. 근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오니까 생각보다 훨씬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무섭냐고 물어보면 딱 잘라 무섭다고 하기 좀 애매해요. 점프 스케어가 없는 건 아닌데 그게 메인이 아니고,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복도를 그냥 걷는 장면이 더 불편했거든요. 노란 벽지랑 형광등 소리만 있는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지. 그 감각이 영화 내내 이어지는 편이에요.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게 읽히는데, 막상 영화 안으로 들어가면 뭔가 설명이 없어서 계속 방향을 잃는 느낌이에요. 클락이라는 인물이 백룸을 발견하고 거기에 점점 빠져드는 과정, 그걸 치료사인 메리가 따라 들어가는 흐름인데요. 그냥 실종자를 찾으러 간다기보다, 들어가는 사람마다 그 공간이 다르게 작동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클락이 현실에서 잘 안 풀리는 사람이라는 게 초반에 계속 쌓이는데, 그러다 보니 백룸 안에서 오히려 더 편안해하는 게 납득이 가면서도 불편했어요. 두렵다기보다 집착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게 보이거든요. 그게 더 소름이었달까요. 메리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사람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게 드러나요. 어머니랑 연결된 기억 쪽이 계속 나오는데, 공간 자체가 그 기억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았어요. 결말은 시원하게 풀리지 않아요. 탈출 성공 이런 게 아니라, 빠져나왔는지 아닌지도 사실 명확하지 않아서 극장 나와서도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영화가 말하려는 게 뭔지는 대략 느껴지는데, 설명을 안 해줘서 직접 연결해야 해요. 어떤 분들한테는 그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저처럼 그냥 그 분위기를 따라가는 게 좋은 분들한테는 꽤 잘 맞는 영화예요. 쿠키는 없으니까 크레딧 올라올 때 일어나셔도 되는데, 음악이 생각보다 좋아서 저는 그냥 앉아 있었어요. 공포영화 좋아하시는데 자극적인 걸 원하시면 아마...